[Global HR Forum 2011]
"제조업이 살 길" 폴 볼커의 권고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1980년대 초 세계적인 인플레를 잡아 명성을 날렸던 폴 볼커 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이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살 길은 금융보다 제조업과 수출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월스트리트보다 과학 · 공학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해법도 내놨다. 볼커 전 위원장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의 세계경제 해법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볼커 전 위원장의 제조업 발언은 건강한 성장 모델에 대한 미국 내 위기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결국 금융산업이 주도하는 경제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전 금융업 비중이 크게 늘어났던 GE는 지금 금융부문을 모두 정리하고 제조업으로 복귀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경제 양극화도 실은 미 제조업의 위상 약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제조업은 성장과 분배의 버팀목이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영국에서도 산업 로드맵을 다시 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하면 무슨 산업혁명 시기의 고리타분한 유물쯤으로 여기고, 우수한 젊은이들이 금융중심지인 런던 시티로 몰린 결과가 경제 몰락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높다. 재정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남유럽 국가들과 위기 시에 오히려 강한 면모를 발휘하는 독일 경제의 근본적 차이점도 결국 제조업의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세계적 금융불안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도 제조업에서 나온다. 세계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는 현대 · 기아자동차, 애플과의 특허전쟁 속에서 3분기에 선전을 한 삼성전자 등이 바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제조업의 혁신을 가로막지 못해 안달이다. '동반''공생' 등을 내세워 이윤 나눠먹기에 혈안이 돼 있고, '원가 후려치기''일감 몰아주기' 등 원색적 용어로 제조업을 때리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도 심화되는 추세다. 한국 제조업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