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샤피로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사진)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정치인들이 나서서 법을 고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협상학의 대가이자 갈등 조정 전문가인 샤피로 교수는 15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서로가 원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피로 교수는 내달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개막총회에서 ‘설득(소통)하는 인재, 세상을 바꾸는 협상’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전 세계를 돌며 각종 국제 분쟁과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전략을 설파해온 샤피로 교수가 한국 정부 및 정치권 주도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샤피로 교수는 “당사자들도 아마 (재무제표와 각종 숫자가 담긴) 엑셀파일부터 꺼내놓고 협상을 시작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숫자는 잠시 잊어버리고 ‘숨겨져 있는 이해(underlying interest)’를 공유하는 게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당장의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내가 본 최악의 협상은 최근 미국 정치권의 경제 정책 관련 협상”이라며 “한국도 미국의 뒤를 쫓지 않으려면 사회 내에 갈등을 조정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렉싱턴(매사추세츠)=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