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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재포럼 2012] 다니엘 샤피로 하버드대 교수 기조연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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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사업국 2012. 10. 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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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24 11:49 / 수정: 2012-10-24 18:02
[글로벌 인재포럼 2012]

다니엘 샤피로 하버드대 교수 기조연설 전문

대니얼 샤피로 하버드대학교 협상학 교수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2'에 참석해 '설득(소통)하는 인재, 세상을 바꾸는 협상'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했다.

다음은 다니엘 샤피로 교수의 기조연설 전문.

이 자리에 서게 돼 무척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특히 김황식 총리께 감사드린다. 한국경제신문 김기웅 사장과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조금 전 브라운 총리가 말씀하셨듯이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교육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사실이나 숫자 등을 교육하는 것, 이것은 암기식 교육이다. 두 번째 유형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오늘 하버드 프로젝트팀이 연구해온 결과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이 프로젝트는 협상력을 기르고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됐다. 세계 리더들이 협상을 좀 더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프로젝트다. 장기적으로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협상 기술과 갈등 해소 능력을 교육받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지 기대된다.

남북한 간의 여러가지 긴장, 어제 있었던 사건(탈북자 단체의 파주 임진각 인근 자유로 대북전단 풍선 살포 시도) 들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선 여러분께서 보다 더 잘 알 것이다. 1976년 군사분계선에서 발생한 사건(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있다.

당시 미루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잎이 무성해지면서 매년 군사 분계선이 잘 안보이게되자 한국 측에선 가시권 확보를 위해 미루나무의 가지 치기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1976년 북한 측이 갑자기 정리 작업을 하면 총을 쏘겠다고 협박하며 쫓아냈다. 안보 문제때문에 한국군과 미군 그리고 UN군까지 한 팀이 돼 그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미루나무 정리 작업을 둘러싸고 양측에 충돌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많은 한국군과 북한군이 부상을 당했고 2명의 미군의 목이 베어졌다.

이 사건은 당시 헨리 포드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포드 대통령은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에게 조언을 구했다. 키신저 장관은 "북한군을 폭파해야 한다"고 했고 포드 대통령은 "나무를 베어버리는게 낫다"는 현실적인 방법을 택했다. 결국 무장받은 군부대와 폭격기가 동원돼 문제의 미루나무를 제거했다. 1시간이 걸렸고 더 이상 출혈사태는 없었다. 단 한 그루의 나무 때문에 3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됐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겠다. 협상을 할 때 그것이 군사적인 문제이건 정치적인 문제이건 가족간의 협상이건 감정적인 측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이 시간에 다루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협상을 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어제 탈북자 단체들이 날리려고 시도하던 풍선을 보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긴장이 고조될 때 또는 생명이 위태로움을 느낄 때는 수많은 감정이 엇갈린다.

지금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감정을 모두 다루지 말라는 것이다. '코어 컨선(core concerns)'에 관심을 집중시키면 협상에 힘을 얻게된다. 협상력이 생긴다. 코어 컨선 중 세 가지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1. 어프리시에이션(Appreciation), 인정이다. 상대가 나를 무시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런데 최근 과학적으로 인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이있는 지 인식하게 됐다.

신혼부부를 실험실로 초대해 혈압 신체반응 표정 등을 점검하며 15분 간 '최근 둘 사이에 있었던 갈등 상황'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실험 결과, 약 90%의 커플이 계속 부부로 남을 지 30초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부부생활을 향후 지속할 커플은 '당신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말을 많이 나눴다. 반면 이혼이 예측되는 부부는 칭찬을 한 번 할 때 부정적인 말을 5번 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기업 환경에도 적용된다. 조직이 실패하는 원인은 조직 내 한 팀원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는 뉴욕 경찰청도 마찬가지다. 정신분열증인 26살 남성이 지하철에서 아이를 안고있는 20살 여성에게서 아이를 뺏고 청소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경찰청이 5~10분 뒤 출동했을 때 이 남성은 "이 아이가 천사면 살리고 악마면 죽이겠다"고 말했다.

경찰들은 무조건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했지만 이런 접근 방식은 성공하지 못했다. 마치 수사 당국인 것 처럼 했기 때문. 인질 협상자가 나서 "이 아이는 천사에요"라고 얘기했지만 역시 해결하지 못했다. 이 남성을 아까 전에는 100% 인정 안해주다가 반대로 100% 인정해주는 실수를 범했다. 이 남성은 자신보다 경찰 측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 남성은 경찰 측이 그의 입장을 이해하자 협상에 접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3분 뒤 천천히 문을 열고 나왔다. 긴장 관계에선 상대방을 제대로 인정해줘야 한다.

2. 어토노미(Autonomy), 자율성이다. 상대방이 내게 강요를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협력하기 싫어진다. 상대방이 나의 자율성을 저해하면 나도 그 사람에게 협조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다. 협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최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한다.

3. 어필리에이션(Affiliation), 교감이다. 어떤 이들은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거나 대립적인 상태로 협상을 진행한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적을 동료로 바꿀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8년 발생한 페루-에콰도르 간의 국경분쟁 해결 사건이다. 페루와 에콰도르는 오랫동안 국경을 둘러싼 충돌을 이어왔다. 1998년 마후아드 에콰도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페루와의 평화협정을 맺기로 결정하고 협상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제게 전화를 걸어왔다. 난 마후아드 대통령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라. 우리쪽 입장을 말하고 너희 입장은 뭐냐고 물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마후아드 대통령은 이를 실행에 옮겼다.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에게 먼저 조언을 구하는 행동으로 두 정상은 적에서 동지로 돌아섰다. 양국 정상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고, 양국 국민들은 서로가 적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됐다. 10일 후 양국 간 구속력 있는 합의가 도출됐고 두 정상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브라운 총리 말씀 처럼 한국은 저에게도 큰 영감을 준다. 감사하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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